숲과 고운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숲해설가 강미희

항상 하는 캠프지만 고운미 캠프는 나에게는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 교차하는 캠프였다.
처음 여성알코올의존자 캠프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어떤 시선으로 그들을 대할까? 내가 과연 고운미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운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캠프는 진행되었고 처음 만난 고운미들의 얼굴표정은 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내 얼굴표정도 경직 되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조금씩 밝아지는 고운미들의 표정들을 봤을 때 '아! 과연 숲이라는 것이 좋은거구나'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숲이 주는 편안함이 고운미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얼굴에는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을 느꼈을 때 덩달아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고운미들에게 아주 작은 것이지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나를 기쁘게 만들고 나 또한 고운미들을 통해서 나를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고운미의 캠프는 1차· 2차 ·3차· 4차로 진행되는 캠프다.
우리나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뚜렷한데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사계절과 같다는 생각에 고운미캠프도 유년기, 청소년기, 성인기, 노년기를 사계절에 맞추어서 진행하였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봄은 유년기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시절은 따뜻한 봄볕에 피어나는 수 많은 여린 잎들처럼 누군가의 보호 속에 자라게 된다.
고운미들의 때 묻지 않은 동심으로 돌아가서 어린 시절에 놀았던 소꿉놀이와 그림그리기를 통해 순수했던 그때의 모습들을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름은 청소년기다.
방학이면 친구들과 멀리 떠나고 싶었지만 그러나 마음 놓고 떠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방해나 제약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텐트와 배낭을 메고 캠핑을 떠났다.
재잘재잘 떠들면서 힘을 모아 텐트를 치고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야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해를 맞으러가는 발걸음은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했고, 고운미캠프에 오길 잘했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할 때 나도 덩달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서로 꺼내놓기 힘든 아픈 이야기를 할 때 같이 울어주고 마음 아파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보듬어주고 따뜻한 손길로 안아줄 때 그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 한 켠이 뭉클해져 왔다.

가을은 성인기다.
지금 현재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고, 거울을 보면서 현재의 모습을 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의 모습은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을 앓고 있지만 잘 이겨내서 다가올 노년기는 건강한 모습으로 거울에 비쳐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3차까지 진행되는 캠프를 하면서 마지막 캠프까지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부분의 질병이나 마음의 병은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이기에 고운미들에게 숲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강조했다.

숲은 우리 삶에 많은 것을 주는데 경직된 몸과 마음을 이완 시키고 어머니의 마음처럼 포근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늘 우리 곁에 있어준다. 중독에서 헤어 나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강한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알코올중독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나올 수 없는데 내가 만난 고운미들은 ‘고운미’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거듭나려는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 마리의 아름답고 우아한 나비가 되려면 다섯 번의 허물을 벗는다고 하고, 여름을 알리는 매미는 7년에서 9년을 어두운 땅속에서 지내다가 성충으로 일주일을 지낸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힘든 못생긴 번데기지만 힘든 시간을 지내고나면 아름다운 나비가 되듯이 고운미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만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비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고운미캠프가 이제 한번 남았다.
마지막 캠프는 그동안 오지 못했던 고운미들도 모두 참석하는 캠프가 되었으면 한다.
고운미들이 숲에서 함께 했던 유년 시절의 천진난만함과 솟아 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소망과 밝은 희망을 가졌음을 잊지 않고 어려움과 역경을 잘 이겨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다운 비상을 꿈꾸는 고운미님들 힘내시고 꼭 아름답고 우아한 나비가 되길 기도 하겠습니다.
고운미님들을 만나서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모두들 이루고자 하는 것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겨울 고운미 숲캠프에서 만나뵙겠습니다.

고운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