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집 10주년을 맞아 - 회복선배 이ㅇㅇ

 저는 향나무집을 오기 전 중독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었고 남편과 자녀들이 있었기 때문에 외관상으로는 그냥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입원할 당시에도 치료를 받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남편은 앞으로 같이 살기는 힘들 것 같다며 경계선을 그었고 점점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뭔가 믿던 구석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면서 눈을 떠보니 나 혼자가 되어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입원치료에 대한 한계를 느껴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향나무집을 알게되었습니다. 향집에 문의 전화를 했었는데 정말 친절하고 따뜻하게 설명해주시고 격려해주어서 마음이 울컥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향나무집을 가기로 결단하고 향집 입소 상담하고 들어가기로 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통제 되는 상황 속에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답답함, 숨막힘,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이 오락가락하면서 입소 날짜를 자꾸 늦추기도 하였습니다.

 향나무집 입소 후 모든 생활이 생소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빡빡한 일정들.....하지만 회복하고자하는 열망을 갖고 들어왔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수업도 열심히 들었는데 제 1단계를 마음속에서부터 고백하지 못하고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는 제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을 싫어해서 힘든 일이 있으면 자버리거나 재미만 찾아 살았는데 향나무집에 있는 동안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마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상황이었다면 중독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해 절실한 마음으로 싸워가지는 못 했을 것 입니다.

 향나무집에 있는 동안은 제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 주는 거울을 통해 내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동료직면시간과 참감정 시간이 너무도 두려웠고 그 프로그램 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들 시작 때 마다 읽은 규칙들을 통해 동료들의 직면이 나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고 내가 나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서로의 갈등 상황에서 건강하게 해결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가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제 삶에는 문제가 생기면 좌절해 버리고 갈등의 상황들을 이기지 못해 중독으로 계속 빠지게 되었는데 하나씩 극복해가는 법을 배우며 사람들 사는 게 이런거구나... 갈등을 조금씩 해결해나갈 수 있는거구나... 희망이 들면서 제 에너지를 조금 더 건강하게 쏟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었습니다

 향집의 생활은 제가 새둥지에 안전하게 보호 받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향집에서는 사례담당 선생님이 상태도 체크해주시고 힘들면 사무실 들어가 상담도 요청하고 여러 프로그램 통해서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힘을 받았는데 현실생활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나는 향집에서 훈련을 많이 받았지만 현실에서 다시 대면하는 사람들과 상황들은 변하지 않았기에 제 자신이 서 있어야하는 곳에서 회피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갈등상황이 생기면 옛 습성이 고질적으로 올라와 힘들었고 또한 그 어려움들을 이기지 못해 재발도 했었으며, 위기상황에서 향집에 단기 입소하여 휴식과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활은 향나무집에서 배우고 훈련 받았던 것들을 적용해나가는 삶의 터전인데 정말 하루하루 무사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제 삶의 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하루하루 안 하려는 것에만 초첨을 맞출 때 그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면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중독의 싸이클에 또 빠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 에너지를 건강하게 사용하려는데 초점을 맞춰보고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던 에너지를 밖으로 향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도 넓혀지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도 나같이 연약한 존재라는 생각, 나를 공격하거나 싫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연약함, 그들의 그 날 기분이 좋지 않아 화가 나있는 것 등의 상황들이 이해되면서 모든 것을 제 탓으로 돌렸던 것들도 감정적인 분리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힘들 때면 향나무집에 전화하고 때로는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를 하며 제 마음을 추스려 보기도 합니다. 향나무집을 통하여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힘들 때면 찾아갈 수 있는 든든하고 따뜻한 피난처이고 현실세계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받은 훈련의 터전입니다.

 앞으로 후배 선생님들께서도 향나무집에 있는 동안 회복의 열망을 갖고 한걸음 한걸음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