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가족

우선 10주년을 맞아 초대해주신 원장님과 향집가족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곳을 떠난지 3년정도 되었는데 사실 처음 단주를 시작했을때 절대 성공할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단주중이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단주할거라고는 꿈도 못 꾸었습니다

처음에는 "나 중독자 아닌거 아니야?? 중독자라면 다른 사람들처럼 뛰쳐나갔어야지? 안 먹고도 잘 살고 있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중독자의 삶을 쓴 어떤 책에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내가 중독자가 아니라면 나는 술을 안 마시면 되는 것이라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난 중독자가 아니니까 지금 당장 먹지말자. 3개월정도 이곳에 있으면 다시 나가서 마실수 있겠다. 여기서 병원처럼 몸 좀 회복하고 나가서 마시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3개월만 참고 나가자하는 생각이 3개월이 지나자 바뀌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어렸고 사회생활경험도 없고 무엇인가를 끈기 있게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근데 이곳에서의 1년.. 그걸 못 버틴다면 내가 나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리고 재발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술을 마신다면 다시 저런 모습이겠구나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자 처음에는 이런 것까지 해야하나 하는 지겹게만 생각했던 향집에서의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참감정,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나를 보는 직면프로그램, 나의 내면 깊은 곳을 볼 수 있는 탐색집단 등을 통해 나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술문제는 나의 의지가 아니고 하나의 질병이라는 것과 스스로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화활동을 통해 술이 없는 삶이 술을 마실때보다 더 가치있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술을 마실 땐 꿈도 꾸지 못했던 여행도 술을 끊고 할 수 있었고 술을 마시고 주정부리던 것들도 주변사람에게 솔직히 터 놓고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1년이라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고 빨리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컸습니다.

지금 향집에 생활하는 순간들이 힘들고 짜증나겠지만 그 순간들이 지난다면 분명 가치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어릴 때 그 순간 크게 느껴진 고민들이 지나고 보면 정말 작고 별거 아니였다는 것은 저보다 더 오래 사신 분들이시라면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순간들을 생각하며 그때 그랬지 하며 미소지은 것도 결국은 그 순간들을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지금 이 순간들을 이겨내시고 오늘을 떠올리며 이 시간이 얼마나 가치있고 여기서 느끼는 감정들이 정말 순간적인 것들이었는지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