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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집의하루
 
작성일 : 19-03-28 13:30
재발, 회복.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서
 글쓴이 : 들레
조회 : 164  
 

어제 A선생님의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며 향집 식구들을 속이며 지내왔다는 고백에 분노했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매우 노력했다. 오늘 아침 모임 때도 마음이 불편했지만 선생님에 대해 뒷담화를 하지 않기 위해 궁금했던 점을 직접 물어봤다. 상대의 의도를 추측하면서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다시 진행된 haircut. 헤어컷을 진행하며 내가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 가운데 있는지, 공기의 무거움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절대로 ‘그럴 수도 있어.’ 라고 이해하고 넘길 수 없는 문제. 눈앞에 앉아 사람들이 충고하고 질책하는 얘기를 들으며 도움요청 하라는 말을 듣고 그제야 도와달라고 고개 숙여 말하는 그 모습이 내 모습 같아서, 내 모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서웠다. 눈물이 났다. 상대방이 심각성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나는 내 말에 온 힘을 다해서 간절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은 주제넘게 남에게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어쩌면 내가 나에게 절대 잊지 말라고, 잊는 순간 무너진다고 처절하게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국장님과 점심식사 이후에 상담을 했다. 상담을 통해, 비상소집을 할 만한 일이 일어났는데, 공동체의 문제점이나 나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돌아보지 못하고 먼저 사무실에 책임을 묻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제 당시에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었던 심정, 오늘까지도 나는 같은 중독의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무실처럼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난 지금 내 모습 그대로, 꾸밈없이 솔직하게 안전한 환경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나 자신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고, 동료의 회복도 지지하려는 마음을 가지려고 했던 것 그것으로 그냥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더 나아가 무언가를 하려는 건 욕심이고 참견이다.

 오후에 보건소를 가러 외출을 나왔는데 마음이 어찌나 가벼웠는지… 하루 종일 답답했다. 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보건소를 가는 길에 장애인복지관을 들려서 자원봉사를 알아본 것도 당시엔 의식하지 못했지만, 내가 하루라도 나가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다녀오고 나서 문득 들었다. 그래…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빨리 뭐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생길 수 있지만 이건 또 불편함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거구나… 이런 생각은 그만하자. 눈앞의 불편함을 온 몸으로 겪고 내 안의 경험치로 만드는 연습을 하자. 향집 안에서 지금 배울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솔직히 이런 다짐을 하면서도 옆의 선생님이 핑계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괜히 짜증이 나고 지켜보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올라왔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선임선생님께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충분히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고, 그래도 내 회복을 위해서 하는 거라 생각해야 마음이 덜 불편할 거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다. 어떨 때는 향집을 떠나고 싶을 만큼 지칠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 지침을 격려하는 동료선생님들이 계시기에 다시금 으샤으샤 힘을 내면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봄향기 19-04-01 10:48
 
들레님~ 감정을 추스리기 힘든 상황을 경험하시고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빨리 정리하고 다시 힘을 내는 모습에서 들레님의 힘과 회복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오늘도 의샤의샤~~ 힘내고 있으실 들레님을 생각하며 저도 함께 힘을 내 보려 합니다.
들레님도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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