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향집의 하루를 쓴지 3주만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부서장으로서 치료 공동체의 책임을 맡고 있는 내가 무단이탈을 했다. 당시, 나는 고쳐지지 않은 반복되는 행동(물건을 ‘몰래’ 사가지고 들어오고 2층에 간식을 ‘몰래’ 갖다 둔 행동)이 발견 되어 헤어컷을 하기로 예정된 상태였다. 특히 그날은 외부활동이 있는 날이었고, 죄책감과 수치심, 혼란스러운 마음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을 주변 선생님들께 전혀 표현하지 않고 혼자만 생각하고 있다가 ‘더 이상 이건 향집에 있는 다고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뛰쳐나가고 싶다. 편하게 살고 싶다.’ 라고 마음을 먹고 돌아오자마자 필요한 짐을 챙겨서 그대로 나와 버렸다. 그 순간, 충동적인 생각과, 책임질 수 없는 자유를 갈망하는 내 모습에선 그 동안 동료를 믿고 의지했던 부서장의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가족에게 돌아가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향나무 집에서 얼마나 많이 배웠고 깨우치며 단주의 기적을 알게 해준 감사한 곳이라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에 대해 불평만 가득 차 결국 가족들에게 계획되지 않은 자립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고, 내가 저질러 놓은 행동에 대해 어떻게든 책임지지 않으려고 회피하고 있는지, 당장 지금 술만 안마셨을 뿐이지 술 마시던 때와 똑같이 이기적이고, 충동적이고, 무계획적이고, 감정에 사로잡혀 있고, 무책임한 사람인지 알고 싶지 않은 모습을 너무나도 잘 느낄 수 있었다.

  향집에서 동료선생님들과 스텝선생님께서 기다리고 있다는 문자 한통, 이렇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많은 나는 이대로 지내다간 곧 다시 술을 마실 것 같은 생각, 무책임하게 나온 내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이틀 뒤 향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탕자에게 향집동료 선생님들은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질책과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와 앞으로 굳은 마음으로 회복해 나갈 것을 아주 단호하게 그러나 사랑과 관심을 가득 담아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동체를 믿고 도움을 요청하는 연습, 내 모습 자체로 인정하고 뿌리 깊게 자리한 ‘몰래’하려는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변한 것은 없다. 아니다. 다시 돌아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틀 전, 1월달에 퇴소하신 선생님께서 3개월만에 재입소 하셨다. 팀장에서 새내기로. 정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선생님께서 퇴소할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나 혼자 힘들어했을지,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갈 수 밖에 없던 마음을.. 이제 돌아오셨으니 되었다. 함께 시작하면 된다. 공동체의 힘을 믿는다. 이 안에서 서로의 거울이 되어주면서 각각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매일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